발리에서의 13일은 내가 알던 ‘여행’의 정의를 조용히 바꿔 놓았다. 한국에서 ‘바캉스’라는 말은 여전히 어딘가 낯설다. 여름휴가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일정표를 비워두는 용기, ‘잘 쉬는 것’을 목적 삼는 감각은 생각보다 쉽게 몸에 붙지 않는다.생각해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나라 시민답게 우리는 늘 빠르게 달려왔다. ‘빨리빨리’는 생활 방식이자 미덕이 되었고 그 문화는 휴가에도 그대로 스며들었다. 쉬는 날조차 고효율로 계획해야 마음이 놓이고 몇 군데를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알차게 보냈는지로 휴가의 가치를 증명하려 드는 습관. 나는 그런 계획형 휴가에 익숙한 문화 안에서 살아왔고, 그래서 ‘바캉스다운 바캉스’를 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큰..